오물과 쓰레기로 얼룩진 국기원

시민단체의 오물 투척으로 이사회 무산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국기원 이사회가 시민단체들의 오물, 쓰레기 투척으로 무산됐다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오물과 쓰레기로 철퇴를 맞았다.

국기원은 신임 이사장 선출을 두고 5월 30일 오전 11시 이사 14명(김명수, 김성태, 김춘근, 노순명, 문대성, 박윤국, 오지철, 이규석, 이규형, 임신자, 정만순, 최재성, 한국선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2013년도 제6차 임시이사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시민단체 대표들의 반발로 이사회 개최가 무산됐다.

국기원은 이날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 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주변이 혼잡스러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기원측은 “별도의 장소 섭외가 어렵고 대다수의 이사들이 국기원에서 개최하는 것을 찬성했다”는 입장을 들어 국기원에서의 개최를 강행했다.

이번 이사회는 시작 전부터 장소 선정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박윤국 이사가 강의실로 들어오면서 “내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주차를 할 때가 없어요. 평가전 때문에 혼잡스러우니 다른 장소로 정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할 거에요? 책임지세요”라면서 따져 물었고, 이에 이규석 이사장 직무대행은 “법적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기에 장소를 국기원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답변하면서 의견 대립을 보인 것.

이사회가 개최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들간 장소 선정을 두고 날선 대립을 보이자, 이번엔 국기원에서 오전 10시경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발대식을 갖기로 한 홍상용 대표가 국기원 이사회장에 쓰레기와 오물을 가지고 들어와 “자질 없는 이사들 물러나라”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날 홍 대표는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김덕근 대표와 함께 국기원 이사회장에 들어와 오물통과 쓰레기주머니를 의장석에 올려놓은 채 “쓰레기들이 여기 있어 국기원이 엉망이 되고 있어 쓰레기를 가져왔다. 다 쓰레기나 받아라”고 소리쳤고, 이에 국기원 직원들이 이들의 행위를 저지하려 하자 쓰레기를 이사들에게 뿌린채 “오지철이 누구냐? 오지철이 당장 나와라. 여태껏 이사회에 잘 나오지도 않던 사람이 뭐가 하고 싶어 왜 갑자기 이사회에 나오느냐? 오지철이가 누구냐 당장 나와라”고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 역시 오물통을 들고 “국기원 이사들 총 사퇴하라”며 “국기원을 파행으로 만든 사람들이 왜 여기 앉아 있느냐? 당장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 김 대표를 저지하려는 국기원 심사운영팀 김일섭 부장 및 직원들과 홍 대표, 김 대표가 마찰을 빚었고, 직원들의 봉쇄에 흥분한 김 대표는 이사회장 중앙에 오물통을 투척했다.

이날 두 시민단체 대표는 오지철, 문대성, 최재성 등 정치인 및 비(非)태권도인들을 타겟으로 “국기원을 더 이상 멍들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기원 이사들이 소란스러운 이사회장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자 홍 대표와 김 대표는 앞쪽 출입구를 봉쇄한 채 “못나간다. 여기 있는 이사들은 전부 자신이 살겠다고 같이 있는 이사들을 죽인 사람들 아니냐? 단 한명도 못 나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사들 중 태권도인인 이사들은 이들의 거친 항의에 “알았으니 그만하자. 사람도 많은데 너무 소란스럽게 하면 국기원이 뭐가 되겠느냐?”고 말리는 제스처를 보여줬지만 최재성, 오지철 이사는 조용히 입구쪽의 소란을 틈타 이사회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위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지난 이사회에서 본인이 본인을 이사장 후보로 추천한 문대성 이사에 대한 원성과 항의도 이어졌다. 김 대표가 “문대성이 너, 니가 뭔데”라고 항의하자 문 이사는 “저 건드리시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며 맞섰고, 홍 대표가 입구를 막고 이사들을 못나가게 할 때에는 “이러지 마시고 물러서세요. 왜 이러십니까? 이제 좀 그만하세요”라고 말해 실랑이가 벌어진 것.

결국 이날 이사회는 시민단체 대표들의 거친 항의와 오물 및 쓰레기 투척으로 성원보고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국기원 이사회에 오물과 쓰레기가 투척된 일은 4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평가전을 위해 국기원을 찾은 대한태권도협회 이승완, 조영기 상임고문, 권갑수 부회장 등은 이번 소란을 지켜본 후 “국기원이 이러면 안된다”면서 “국기원이 바로서야 태권도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여줬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문대성 이사에게 “버르장머리 없다”며 멱살을 잡아 거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홍상용 대회장 입구를 막고 이사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 홍상용 대표,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김덕근 대표가오물과 쓰레기를 투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