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반세기
각론되는 바와 같은 엄연한 사실 때문에 견강부회(牽強附會)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태권도 역사가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태권도를 유구한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전통 무도(예)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보통신(IT) 사회인 현 시점에서는 허구입니다
발전(세계화)이란 명분을 내세워 앞만 보고 달려 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모방도 창조입니다. 가라테를 모체로 근대 무술로서 시작된 태권도가 스포츠라는 성격으로 세계화된 것 그 자체로 태권도는 우리의 것이 분명한 것입니다.
이제는 세계화된 태권도가 태권도 본연의 모습인 무도(태권도)로서 새롭게 태어나 무도태권도로 다시 세계화된 태권도(무도)의 진면목을 보여야 합니다.
총 68회에 걸쳐 '관을 중심으로 살펴본 태권도 형성사','태권도 반세기','태권도 現代史', '노병직 관장의 친필 서한','김호재 학감, 김용길 관장의 증언'을 참고로 해방과 더불어 태동돼 현재에 이른 태권도의 근대사를 재구성(편집)해 각론 합니다.
갈등 및 분열
내가 최고다 - 청도관과 무덕관의 쟁패
당시 기간도장(송무관, 청도관, 무덕관, 지도관, YMCA권법부)은 계열관 나름의 특색을 내세워 '우리 관이 최고다' 하는 세력과시, 힘겨루기가 자주 발생 했습니다.
계열관마다 수련방식(체계), 동작, 기술이 조금씩 달랐었는데 이것은 가라데의 영향이었습니다. 창시자들이 후나고시류나, 시도류, 도야마류, 고쥬류와 중국무술등 어떤 종류의 무술을 배웠느냐(수련)에 따라서 수련방식(체계)과 동작(기술)들이 달랐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황기와 윤병인에 의해 창관된 무덕관과 YMCA권법부는 가라데와 중국 무술이 석여있었고, 전상섭(지도관)은 가라데 위주이기는 했으나 윤병인과 가까웠기 때문에 역시 중국 무술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합니다.
반면에 이원국(송무관)과 노병직(청도관)은 일본 송도관의 같은 문하생이어서 후나고시류의 가라데였고, 윤쾌병은 도야마류 가라데의 고단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해방 후 국내에 전수되는 가라데 기술체계(차이)는 초기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우리 민족 전통적 특성이 발차기 동작(기술)들에 가미 되면서 기술적 차이는 극미한 것이 되었고 형은 보편적으로 가라데 형을 공통적으로 수련을 했지만 본토(일본)의 가라데 동작(문파)과는 성격(모양)이 조금 다른 양상이 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수련하게 되는 가레데의 특징(류) 중 하나를 언급하면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유학파(생)들이 수련한 가라데는 주로 후나고시류 이고, 국내에 보급된 가라데는 주로 고쥬류로 알려져 있는데 이두 류의 두드러진 차이는 발차기에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 유학파들에 의해 보급된 후나고시 계열의 가레데가 아닌 고쥬류계의 가라데가 전수된 관은 지도관이라고 김용길 관장은 증언(주장)합니다.
고쥬류는 지금 태권도에서 구사하는 옆차기 동작이 없었다고 합니다. 고주류를 접한 초창기 지도관 수련생들은 고주류 계열이었기 때문에 옆차기 수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그 대표적인 일화가 품새교육(보급을 위한 세미나?)과 사진을 찍을 때 옆차기가 되지를 철사로 묵고 모양(폼)을 갖춰서 사진을 찍었다는 일화가 있었다고 김용길 관장은 증언합니다.
태권도경기가 시작되면서 지도관 소속(전북) 수련생들이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옆차기 동작이 없었던 것과 상당한 관련이 있지 않은 것인가 하는 추측을 필자는 합니다.
초창기 겨루기 대회에서 통용되는 기술은 닛봉지루기가 대세였고 특히 전북 대표팀의 주자였던 이승완의 특기가 상대의 공격을 아래막기로 걸면서(막으면서) 주먹으로 명치 급소를 공격(일격)하는 것으로 공포의 닛봉이라고 불렸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간도장들 간의 기술(발차기)들이 평준화 되는 것은 급격히 태권도 경기가 전국체전에 들어가고 협회(초기태수도협회)가 결성되면서 일부 형(품새)을 제외하고는 거의 구분이 안 되는 평준화 과정을 거칩니다.
태동기 창설자를 기간도장(5개) 창설(관)자 1세대, 피난기(전쟁후) 1.2세대, 태수도협회 창설 후 1.5세대, 그 이후를 2세대로 필자 나름으로 분류(구분)를 하는데 1.5세대 이후에는 거의 기술체계(발차기)가 평준화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김용길 관장의 증언에 의하면 YMCA권법부(후일의창무관)에는 창무관 만의 형이 존재 했다고 하며 창무관 수련생들 만 전수(수련)를 받았다고 합니다. 필자는 창무관에 존재하는 형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이런 각 관의 수련체계 과정(상황)과 인적 구성원들 간의 됨됨이로 인해 기간도장(계열관)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 됩니다. 근대사를 다룬 자료(책)들은 필자가 언급하는 기간도장(계열관) 간의 갈등에 대해서 거의 언급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당시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본 결과 각 계열간의 반목과 갈등은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결론합니다.
5대 기간도장 중 가장 관계가 좋지 않았던 관은 청도관과 무덕관이었습니다. 용산에서 3년여 동안 도장을 운영하던 황기관장이 서울역 부근에 당수도 무덕관을 개관해 본격적으로 세력 확장에 나서는데 이것이 청도관과 사이가 벌어지는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합니다.
기득권을 내세우는 청도관의 텃세와 세력을 확장하려는 무덕관의 기세가 충돌한 것입니다. 해방 직후 용산역 부근의 창고(현 중앙대학부속병원)에서 '운수부 당수도 도장' 으로 창관한 무덕관은 철도국에 근무하는 황기관장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전국 각지의 철도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이때부터 청도관과 무덕관의 세력 확장에 따른 반목과 갈등이 첨예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합니다. 청도관과 무덕관의 충돌에 관해 원로(1.5세대)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청도관과 무덕관은 단(段)심사를 함께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밀월관계는 황기 관장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깨지게 되는데 그 이유가 지금 태권도계에 만연된 승단(1단) 기간이 고무줄 인 것과 같은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진정한 무도인 홍정표 편에서 다뤘던 내용인 ‘기간도장들이 무도정신과는 거리가 멀게 오직 자신들의 이익(관세력)만을 위하여 무도정신을 망각하는 행위’를 한다고 비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덕관과 청도관이 갈등하는 제일 큰 원인(요인)은 “무덕관은 세력 확장을 위해 승단을 빨리 시키는 상황이었고, 청도관은 승단을 늦게 시키는 상황”이 충돌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결정적 원수지간(?필자의 표현)이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황기 관장이 서울역 부근에 ‘당수도 무덕관’을 개관하는 날, 청도관 수련생 이었던 민운식을 비롯한 몇몇 수련생들이 ‘무덕관’ 간판을 떼어내 불질러 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이 결부돼 무덕관과 청도관은 앙숙관계가 돼 관 중앙도장 유리창이 수시로 깨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한동안 지속됩니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청도관 사진첩에 해방 직후 청도관 사람들과 함께 찍은 황기관장의 사진에 X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것이 당시 청도관과 무덕관 사이의 골이 얼마나 깊었던 것인가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원로들(1.5세대)은 청도관과 무덕관의 갈등을 대체로 부인 합니다. 이유는 ‘과거 시절의 껄끄러운 사실을 끄집어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 에서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당시 청도관 수련생이었던 작고하신 엄운규 관장은 해방직 후 여러 관(館) 사이에 우리 도장이 최고다라고 하는 자존심 대결은 있었지만 물리적인 힘 겨루기나 무모한 해프닝(앞에서 언급한 기물 등을 부수는 행위)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생전에 깊이 있는 사실에 입각한 증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황기 관장의 제자인 홍종수 관장 역시도 “청도관과 관련된 갈등과 반목에 관한 사건이나 에피소드는 아직도 민감해서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다고 생전에 앞에서 언급된 당시 상황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상황과 맥을 같이 하는 증언을 했다고 ‘태권도반세기’에서는 유일하게 기술되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서는 ‘청도관과 오도관의 밀월’에 관해 각론합니다
태권도정보연구소 / 청호태권도장 / 신성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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